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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

퍼스(Perth) 10개월간의 여정

직장에서 퇴사 후 꿈도 없고 목표도 없이 헤매던 나날 호주에 살던 친구가 워홀을 제안했다.

마음 한구석 답답함이 옥죄어 오는 기분을 달래보고자 승낙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워홀을 가기 전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바리스타 1급 자격증을 준비하는데 친구가 태클을 걸었다.

그럴 시간에 영어 공부를 더 해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미 수강은 들었으니 1급은 따야겠단 마음으로 결국 따고 출발 싱가포르에서 경유하며 무려 17시간을 공항에서 보내며 거지꼴로 입성했다. 

 

 

 

퍼스에 도착

퍼스 공항

 

공항에 내리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반겨주어 신기했다.

친구에게 듣기론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라 한국이 여름이면 호주는 겨울이라 시원해질 시기라 카더라,,,(이때가 3월 말)

 

원래라면 도착하고 공항에서 핸드폰 유심을 새로 사야겠지만 떠나기 전 해외 로밍 서비스로 편하게 이용하여 친구 집을 검색 후 지하철을 타러 갔다.

 

 

한국과는 다른 지하철 시스템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도 있었지만, 영어도 모르겠고 돈도 많이 들까 싶어 지하철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호주는 특이한 게 교통카드가 지역별로 다른 걸 쓴다.

시드니는 opal, 퍼스는 Smart Rider

당장에 앱을 받아도 교통카드를 현장에서 구매해야 가능하기에 일단 티켓 발매기에서 티켓을 구매해 보기로 했다.

 

막상 티켓발매기를 보니 처음 보는 인터페이스에 어쩔 줄을 모르다가 친절하신 지하철 안내자분이 도와주시러 오셨다.

(못 알아듣는데,,,ㅠㅠ)

 30분간 퍼스 교통 시스템과 구역당 드는 비용 차이 등등을 설명해 주시더니 내가 손으로 가리킨 역을 대신 구매해 주셨다.

단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만 도와주신 것에 감사하며 꾸벅 인사드리고 출발했다.

 

 

어라? 내려야 하는데?

 

지하철 안은 생각보다 쾌적했다. (한국보다 넓은 거 같은데)

한국과 똑같이 창을 등지고 앉아있는 의자도 있고 어느 칸은 기차처럼 나란히 앉게 되어 있었다.

혹여나 내려야 할 정거장을 놓칠까 눈 부릅뜨고 기다리니 마침내 도착.

짐을 들고 입구에 서 있는데 문이 열리질 않는다.

엥? 너무 오래 안 열 리는 거 아닌가? 당황하니 힐끔 쳐다보던 승객 중 한 분이 입구 옆에 버튼을 눌러서 열어주셨다.

들어갈 때는 다른 승객들과 같이 타서 몰랐지만, 퍼스에 지하철이나 횡단보도는 버튼을 눌러야 열리고 지나갈 수 있다.

 

횡단보도 녹색 신호버튼

 

 처음에는 적응 안 돼서 누르지도 않고 계~속 서 있기도 했다.

나중에는 한국에 돌아왔을 때 횡단보도에 서 있으면 장애인용 음향신호기를 누를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엥? 왜 아무도 없어?

 

우여곡절 끝에 지하철에 내리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진짜 아무도 없다.

밤 9시에 도착하긴 했는데 심지어 지하철 관리하는 승무원조차 없었다.

뭐지 그냥 나가면 되나? 두리번거리며 사람이나 출입구를 둘러봤지만, 개방형에 가로막는 차단기 없이 뎅그러니 티켓 발매기와 카드 찍는 기기만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퍼스는 일부 노선들은 개방형인 경우도 있는데 교통카드는 그냥 승차 하차 시 카드만 잘 찍고 나오면 그만이다. (티켓은 그냥 나가면 됨)

 

"어? 그러면 무임승차도 가능한 거 아닌가?" 싶겠지만 전철에 타고 계신 청원경찰분들이 교통카드와 티켓을 상시 검사하니 무임승차는 절대 불가능하다.

 전철 치안을 담당하시는 분들이라 구역 안에서만큼은 권한이 경찰과 버금가서 어떤 싸움이나 범죄가 일어나면 이분들이 상황을 정리하고 경찰에게 인계한다.

 

 

퍼스에서의 첫 끼

 

막상 주소 찍고 도착했지만, 위치가 정확히 잡히질 않아 친구에게 연락했다.

친구가 일이 끝나려면 1시간 정도 기다려야 마중 나올 수 있다길래 길가에 기다리는데 웬 노숙자 한 분이 담배를 찾으셔서 "아이 돈 해브 스모크 쏘리!" 라고 하니 바로 돌아가셨지만 여기까지 걸어오는 길에 노숙자분들이 곳곳에 보여 살짝 긴장되기도 했다.

 

다행히 친구가 일찍 도착해 우린 집으로 가기 전 맥도날드에서 드라이브스루로 햄버거를 주문하기로 했다.

친구가 장난스레 주문해 보라 권유했지만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기에 포기를 선언 (진짜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간단하게 빅맥이랑 치즈버거를 사서 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퍼스에서의 첫날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마치며

 

호주에서 돌아온 지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들을 보며 기억을 가물가물 떠올려 보고 있으면 참 힘든 일도 많고 좋았던 일도 많았는데 힘든 일들은 돌이켜보면 꽤 재밌는 경험들이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랬나,,,)

뒤늦게나마 지난 10개월간의 기억을 글로 남길까 한다.